igoon_log2011. 7. 16. 00:42




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는 내가 3살 때부터 살던 동네로 알고 있다.
적어도 내 스스로 어린시절을 자각하게 되던 나이부터 생각하면 평생을 이 동네에서 살고 있는 셈.. 

어린 시절 기억 속에는 사진 속 골목을 뛰어 다니면서
동네 친구들과 술래잡기며, 다방구며 각종 오락거리로 이 골목을 헤집고 다니곤 했다..
그 당시 놀던 친구들은 지금은 누군지도, 이름 조차도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
적어도 어른들에 대해서는 아직 기억이 난다.
왜냐하면, 아직 이 거리에서.. 그 자리를 지키며 살고 계시기 때문에...

그 중에 김해상회가 있다.
조그마한 동네 과일가게이고, 내 할아버지와 친구 분이셨고,
나이가 50이 넘으셔서 재혼을 하시고 늦둥이 아들을 보셨던 과일과게 할아버지..

퇴근길에 과일을 사갈때면 항상 김해상회 아저씨를 찾았다.
그것은..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있지만,
아직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이 자리를 지켜주고 계신 것이 감사해서
'건강하세요' 하는 마음의 인사를 드리고자 항상 김해상회를 찾는다.

그런데, 불과 지난 주 까지만 해도 늘 변함없이 가게 문을 여셨던 할아버지가..
이번 주 내내 가게의 천막이 내려와 있다..
나보다 먼저 궁금해 하셨던 어머니가 옆 집 방앗간 아저씨에게 물어보셨고..
중풍에 걸려서 쓰러지셨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단다..

아침에 출근할 때면 늘 먼저 가게 문을 열어놓고 계셨던 할아버지가..
갑작스레 중풍에 걸리셨단 얘기에..
하루 종일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..

이렇게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날 수록..
주변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, 풍경들이.. 내 곁을 떠난다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을만 한데..
아직은.. 아직은...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나봐..
그러다 보니 괜한 걱정도 든다. 
가게 안에 있는 과일들은 혹시 썩고만 있는 건 아닌지..
늦둥이 아들은 이제 대학생이 될 나이일텐데... 과연 경제적으로 아버지를 돌봐드릴 수 있을련지..
이렇게 괜한 걱정만 앞서나가고 있다.

휴.. 부디 다시 가게문을 여셨으면 좋겠다..
아직은 익숙한 사람들이 내 주변을 떠나는 것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어색하기만 해..

김해상회 할아버지..
부디 건강하게 과일을 팔고 계신 모습을 다시 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..

그렇게 기도합니다.. 
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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